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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리뷰

중개사무소 근무 후기 - 손님의 끔찍했던 말 1편

by 일상의리뷰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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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온상


내가 중개사무소에서 처음 근무하고 나서 얼마 안되었을때.
사장님이나 다름없던 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중개업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하고 만나는데 괜찮겠어?"
나는 대답했다. "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하고 만나봐서 괜찮아요."
단순 "만남"의 차원에서는 내가 말한 게 맞을 것이다.
접객으로써의 손님과의 만남이라든지, 어떤 커뮤니티 만남등까지 모두 포함하면

수만명과는 짧게 인사라도 해봤을것이고 짧게 얘기라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중개업에서는 얘기가 달랐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유가 있었다.

예를들어, 내가 커피를 내려서 판매하는 직원의 입장일때, 나의 행동이나 말투가 마음에 안들어서, 

혹은 그냥 기본 가격이라든지 제품의 퀄리티 자체가 마음에 안들어서 컴플레인 하시는 분들도 아주 가끔 계셨다.
하지만 본질은 심플했다. "비싸봐야 만원이 안되는 음식을 구매한다."였기에,

불만이 있더라도 크게 화내실만한 것은 없었다.

중개업의 경우는 5천만원도 우리들이 송금하는 1만원처럼 오가는 가상의 금액이 된다.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에는 그런 가상의 돈이 잘 오가겠지만, 하나라도 삐끗하면 그 가상의 돈을.
손님의 70%이상이 자신의 전재산이나 다름 없는 그 돈들을 잃는다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전재산"앞에서 인간의 온상은 드러난다.

약속을 애초에 하지 않아서 끝끝내 몇달동안 불안해하는 경우.
약속을 했음에도 이슈가 있어서 확인할 때 마다 말이 자꾸 변하는 경우.
약속을 했고, 약속을 잘 이행해서 서로 훈훈하게 잘 마무리 되는 경우.
약속을 했음에도 약속을 믿지 못해서 어차피 믿지 못할 약속을 계속 확인받고싶어하는 경우.
크게는 이렇게 4가지 였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약속을 했고, 약속을 잘 이행해서 서로 훈훈하게 잘 마무리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소한에 두 사람은 진짜 심장이 말라가는 기분이 되기도 한다.

계약을 완료한 손님. 그리고 그분의 친구 분


어느날 주말이였다.
부산에서 온 손님이셨는데, 뭔가 급하게 집을 알아보고 계셨고, 짧은 상담을 하고나니.

다행히도, 그 분이 원하시는 가격에 조건에 맞는 집이 있어서 보여드렸다.

집은 2곳 보여드린 것 같다.
하지만 이미 니즈가 확실 하셔서 하나만 봐도 충분할 것이라고는 예상했고,

예상대로의 집을 월세로 계약하시겠다고 하셨다.
모든 손님과의 기억은 계약을 했든 안했든 항상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이 계약의 경우에는 나와 계약하신 손님과 함께오신 친구분의 발언이 참 기억에 남는다.
"와 잘해주셔서 어떻게 딱 원하는게 바로 나왔네, 나는 집 볼 때 40군데 돌아다녀서 겨우 찾았는데"
진심 이말을 듣고 흠칫했다.
40군데라니... 데이터가 아예없고 네이버 부동산 같은게 보편화 되지 않을때라고 해도 과하지만,

데이터가 보편화 되어있는 현재에서 아무리 허위매물이 판을 친다고는 하지만 40군데라.. 진짜 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내 예산과 조건에서 필터 돌려보면 어느정도 답이 나오고, 그 답을 토대로 몇군데만 공략 딱딱 하면,

하루에도 최대 5군데 중개사무소 통하면,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텐데,

40군데는 결코 하루아침에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였다.

결국 그 분은 강남구 신사동 쪽에 1억 6천 보증금에 월세로 원하시는 집을 구하셨다고는 했는데, 

정말 그렇게 드라마틱 한 차이는 날 수가 없다. 10번을 보든 100번을 보든.
다만 차이가 있다면 진짜 운이 작용하면 가능할 수도 있긴하다.
보통은 시세대로 하자면 5천에 220만원정도는 받아야하는 3룸에 거의 20평정도 되는 집을 접수받아서

바로 계약시킨적이 있다.
이게 얼마였냐면 보증금 5천에 월 100만원이였다.
이건 계속 본다고 해결되는건 절대 아니고 진짜 운이 따라줘야한다.
근데 이게 아니라면, 정말 본인 하는 업무도 있을텐데 힘들지 않을 수 없다.

그 후 동료분과 이야기 하며 정리


동료분과도 이런 생각들을 하며 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마는 권리처럼, 손님에게도 그럴 권리가 있다."라고.
그 분은 경력이 10년 쯤 되신 분이셨고, 확실히 정석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중개업은 확실히 만만한 업종이 아님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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