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무소에 근무하다보면 진짜 사람이 싫어지는 에피소드가 참 많다.
근데 한 편으로는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여서 그런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 진 것도 슬프다.
나를 치한으로 신고하려고 하셨던 오피스텔 거주자 분
서울에서 계속 집 구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중기청 대출 가능하면서 마음에 드는 매물은 매우 희귀하고,
청년허그버팀목 전세대출 가능한 매물이면서 마음에 드는 것도 드문 편이다.
그래서 우리도 이런 매물들이 접수되면 최대한 빼보려고 한다.
계약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손님의 발언이 참 뇌리에 남아있어서 그분의 말을 인용하고자 한다.
"얼마라고요? 와.. 2억 5천만 정도면 진주에서는 궁궐같은 집에서 살 수 있는데"
그래서 나는 답변 드렸다. "진주에서 서울로 출퇴근 할 순 없잖아요"
이게 서울 집값이 올라가는 근본적인 이유다.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대체로 질 좋은 일자리가 적어지고 있다.
수도권 안에서 연봉 1억인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비수도권은 지역 면적은 넓어도 연봉 1억 넘어가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보통 비수도권 분들이 택하는 방식은 창업이다.
암튼, 일자리라는 것은 내가 오너가 아닌, 직원으로써 근무하는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일자리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그래서 양질의 다양한 직업군들이 서울로 몰리면, 그들도 어디선가는 지내야하지 않겠는가?
경기도에서 서울 출퇴근도 재수없으면 도어 투 도어로 왕복 6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현실속에서.
이런 배경 아래에서 청년허그버팀목 전세대출이 가능하면서, 9호선 역과 인접해있고, 상태가 매우 깨끗한 복층이면서 여유공간이 있는 좋은 매물이 있어서 그것을 바로바로 좀 빼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진이 크게 좋지는 않았고, 꼭 사진을 전체적으로 찍어서 손님들께 매력어필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문에 세입자 분께는 동의를 구하고, 이번주 토요일에 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중개업소에서 일하자면 주말은 황금시간이고, 시간이 남으면 무언가라도 해줘야,
남는 시간들을 선순환 적으로 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있다.
그래서 미리 약속 했음에도 세입자분께 "혹시 오늘 00시쯤에 방문드려도 괜찮을까요?"
라고 했고, 흔쾌히 그러라고 하셔서 들어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들어갔다.
우선은 채광이 중요하기 때문에 채광이 나와주게 창문도 최대한 세팅해주고 이렇게 저렇게 각을 보고 있는데, 세입자분께 전화가 왔다.
"저기요, 왜 혼자들어가셨어요?"
나는 "어? 사진찍으러 왔는데요?"
"아니 왜 말도 없이 사진 찍으러 들어가세요?"
나는 "들어간다고 말씀 드렸고, 괜찮다고 하셨는데.."
"손님하고 같이 온 줄 알고 괜찮다고 한거잖아요"
나는 "토요일에 사진찍으러 오기로 했고, 지금 마침 채광도 좋고 해서 허락 받고 왔다, 정말 나쁜 의도는 없었다."
하고 창문닫고 어서 나가겠다고 했다.
으레 집 사진을 찍는 것은 사실 소파를 제외한 나머지 물품들은 아예 보이지 않는게 제일 베스트고,
정 어쩔 수 없으면 채광이라도 담겨놓고, 불편할 것 같은 물품인 사진, 속옷, 누군가 특정이 가능한 것 들은 모자이크 처리를 해서 사용하곤 한다.
진짜 물건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까, 진짜 물건을 원하는 사람은 어떤 구조인지 디테일하게 보고싶어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진땀빼고 사진찍으러 들어갔다가 치한취급받고 바로 나와서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분이 나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몇시간 뒤, 집에 들어가서 뭐했는지 상세히 물어보고, 가족끼리 논의해서 형사고발하느니 소리를 하길래 죄송하다고만 했다.
치한으로 취급하셨지만, 결국은 나에게 도움을 받으신 것 같다.
그 다음날도 연락하셔서 치한취급하시길래 어느정도 죄송하다고 하고 마무리를 했고,
이후로 그 집을 희망하시는 손님을 데려갔는데, 계약전에 나에게 치한취급하던 분이 상담을 요청하셨다.
현재 상황이 이러저러한데, 집주인이 전세사기 치면 어떻게 하냐는게 내용이였다.
요즘에는 진짜 아무런 근거 없이 전세사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분위기가 정말 많다.
그래서 나는 그 집을 계약시키려고 여러가지로 확인해보고, 집주인분과도 연락해본 결과 전세사기의 가능성은 0%라고
생각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조목조목 설명드렸다.
그리고 2주쯤 지났을까? 다시 연락하셔서 본인이 집을 구하려고 하는데, 이런저런 조건의 집이 있겠느냐고 문의를 하셨고,
나는 거의 본의 아니게 서울 1/3 이상의 구 시세를 자세히 알고 있던 입장으로써,
"이러저러 하니, 그냥 살고 계신 곳에서 연장해서 사시는 게 저라면 그렇게 할 것이고, 추천드린다."
라고 말씀 드렸다.
결국 그 분은 현재 살고 계신곳에서 연장해서 살기로 하셨고, 아마 2년정도 뒤에 다시 연락주시지 않을까 싶다.
나도 악의가 없었고, 아예 그럴 생각 자체가 없었어서 "그런일이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치한으로 몰리고,
아주 곤란하기 그지 없었다.
한 편으로는 사람이 싫어지기도 했지만, 내가 하는 일을 통해서 그래도 결국 누군가는 도움을 받아서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셨다고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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